차오름
3인의 사기단: 진범을 찾아라 본문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된 일본 범죄 영화 “3인의 사기단”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감상하느냐에 따라 여러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1.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대화에 등장하는 감독, 영화, 배우의 이름을 듣고 끄덕끄덕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남자, 영화를 재밌게 보는 남자, 배우를 꿈꿨던 여자가 등장해 잃어버린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간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영화에 빗대어 설명하거나 영화의 연출과 같은 범죄 연출을 시도하는 등, 이야기 전반에 걸쳐 ‘영화를 위한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2. 좋아했던 일본 배우의 현재 모습이 궁금하다.
쿠보즈카 요스케, 나카시마 미카, 후지와라 타츠야의 모습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니! 그들과 함께 보낸 20대가 아프기도 했지만 아련해서 배우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주목하게 되는 영화이다. ‘눈의 꽃’ 원곡을 부른 나카시마 미카는 만화가 원작인 영화 “나나”에도 츨연했었고, “레지던트 이블”에서는 일본 좀비로 분하기도 했다. 저체중이어서 그런지 세월의 폭탄을 맞은 듯한 나카시마 미카와 달리 쿠보즈카 요스케는 전성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폭탄 머리와 동그란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길렀어도 멋있다!! 후지와라 타츠야는 어리기만 했던 예전 모습과 달리 팔자 주름도 깊게 파이면서 배우 초창기 시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속에서 같이 연기했던 와타베 아츠로의 남자다움을 닮아가는 듯 하다.
3. 장르의 경계를 허물다.
범죄, 추리, 미스터리, 코미디, 퀴어 등 영화 “3인의 사기단”은 다양한 장르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한 쪽 장르에 치우치는 것 같아서 눈쌀을 찌푸리기 직전에 다른 장르로 이동한달까.
4. 통쾌한 결말.
‘이 돈으로 새 삶을 살고싶어!’ 라고 말하는 후지와라 타츠야를 향해 자신과 함께 범죄 조직을 꾸려 일하자고 설득하던 쿠보즈카 요스케가 크게 한방 날린다.
“은행강도 주제에! 너희가 평범한 인생을 살면 안되지!”
요즘 세상에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범죄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도살하듯 살해한 연쇄살인범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들먹이며 자신의 범죄에는 이유와 명분이 있다고 호소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궤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극한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서도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범죄자 혹은 낙오자에게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니다. 자신의 범죄나 상황에 대한 -잘못에 대한- 지각도 반성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선량한 시민인데 상황이 여의치않아 은행에서 불특정 다수의 예금을 도둑질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그들에게 쿠보즈카 요스케는 현실을 명쾌하게 진단해준다.
“잘들어. 너희들은 … 악당이다.”
영화 도입부에 흐르던 연주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