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름
빈필하모닉 여름음악회 본문
지난 5월27일 저녁 마포구청역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난지한강공원 잔디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빈필 서머 나이트 공연 실황이 생중계됐기 때문. 신년음악회와 더불어 빈 필하모닉이 개최하는 최대 음악 행사인 ‘서머 나이트 콘서트’가 아시아권에 녹화 중계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빈필 서머 나이트 콘서트(Summer Night Concert)는 세계 3대 필하모닉인 빈필의 공연을 비엔나 쉐브룬 궁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도 많은 팬들을 끌어 모았다. 지난 5월27일 공연 당일에도 비엔나 쉔부른궁 앞에는 10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3년 전에도 빈필 여름 음악회 지휘봉을 잡았던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지휘에, 전설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소프라노로 선 올해 공연은 약 80여 국가에서 TV 및 라디오로 중계됐다.
‘아름다운 우물’이라는 뜻을 지닌 쉔부른 궁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번 여름음악회에서는 안토닌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을 비롯해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황혼’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모음곡 <불새> 중 죽음의 춤’ 등 다양한 연주곡 외에도 영화 <해리포터> 중 헤드위그 테마까지, 음악 팬들을 위해 폭넓은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CD를 재생하자 첫 곡으로 안토닌 드보르작의 대편성 관현악단을 위한 ‘카니발’ 서곡이 흘러나온다. 인간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나타나는 기쁨의 광란으로 축제를 기념하는 것으로 ‘자연 속에서’ ‘사랑’(오델로) 등 드보르작의 3부작 중 하나로 등장한다. 이후 <아르미다> 중 아리아 ‘내가 즐거이 가젤을 쫓고 있을 때’와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중 ‘죽음의 춤’이 흘러나온다.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거친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상임 지휘자가 없는 빈필의 올해 지휘를 맡았다. 2003년에 프랑스 국가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받기도 한 그는 전 세계 클래식 팬에게 초여름 밤의 낭만을 선사했다. 특히 ‘헤드위그의 테마’는 열 한번째 생일에 흰색 부엉이 ‘헤드위그’를 선물받은 해리 포터와, 그를 도와 마법의 세계로 접근해 편지까지 전달하는 헤드위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등장하는 무곡 왈츠는 흔들흔들 신나는 기분을 선사하고, 아카데미상을 5번이나 받은 음악 감독 존 윌리엄스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을 연상시키는 오싹하고도 신비로운 선율의 음악을 완성시켰다. 바로크 오페라부터 현대 오페라 초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르네 플레밍은 종교음악, 가곡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로 지난 3일에는 15년 만의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신년 음악회와 서머 나이트 콘서트뿐만 아니라, 순회 공연, 공연 실황 상영 등을 통해 세계를 누비며 비엔나 음악의 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빈필이 ‘얼마나 완벽한지’를 보여준다. 해가 진 여름밤의 초저녁에 빈의 쉔부른 궁전 앞에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틀어보자. ‘훌륭하다’는 말로는 부족했을 현지 분위기가 느껴지는 실황 앨범이다.